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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본 한국인의 ‘명품 중독’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은 커다란 경제 위기를 맞이했다. 소비 심리는 위축되었고,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위축되지 않는 듯하다.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명품시장은 3,495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로 지난해(3,089억 달러)와 비교해서 13%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시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한국의 명품 시장도 지난해 보다 약 5% 성장해 41억 달러(16조 원)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명품 시장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보복 소비 심리가 명품 시장 성장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는 ‘선택적 럭셔리’가 명품시장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외적으로 돋보이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인은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고 싶어할까? 한국인의 과시욕과 명품 중독에 대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과시욕

과시욕의 사전적 의미는 자랑하거나 뽐내고 싶은 욕심입니다. 과시욕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남들보다 더 돋보이고 싶은 것이 왜 문제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시욕은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으로 보이고 싶어하거나, 그 수준까지 가기 위한 정당한 노력은 생략하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과시욕을 드러내기 위해 흔히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중요한 가치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고 지나친 과시욕은 '공상허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과시욕은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선망을 얻기 위해 자신을 과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부모의 학대, 애정결핍 등 자라온 환경이나 낮은 자존감, 우울감, 불안감 등의 감정 문제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한 열등감을 과시욕을 통해 해소하는 듯한 경험을 한 사람은 과시욕에 더욱 집착하며, 결국은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급기야 '리플리 증후군'처럼 본인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진실이라고 믿어 버리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명품 중독에 걸리는 이유

명품의 본래 뜻은 매우 뛰어나거나 탁월한 물건을 의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비싼 물건을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존감'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고 본인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노력은 시대적 배경, 살고 있는 문화권, 자라온 배경이나 환경 등 여러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명품 중독 현상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를 문화적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교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공동체를 중시하고 개인이 튀는 행동을 문제로 여겨왔습니다. 현대사회는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교 문화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이런 사회에서 본인의 가치가 남들보다 높음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명품은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스스로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이 다름이 아니라 '특별함'임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소재, 최고의 제작 과정, 최고의 유통경로, 최고의 판매전략,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만 가질 수 있다는 희소성 등의 이미지를 구축해 높은 가치가 부여된 재화를 구매함으로써 나의 가치를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명품에는 그것이 실제로 높은 가치가 있느냐와는 별개로 모두가 높은 가치가 있다고 인식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특정한 재화를 구매하면 같은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같은 부류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데,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합니다. 나는 재벌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 어렵지만 재벌이 쓰는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동질감을 얻는 것입니다. 소위 명품 브랜드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스타에게 상품을 협찬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원래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가격의 관계는 반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시욕과 연결된 명품의 영역에서는 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도 무시됩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그것입니다. 이는 명품의 존재 이유가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 줍니다.

명품 중독과 과시욕 혹은 열등감을 치료하려면

과시욕이나 명품을 통해 얻는 타인의 시선은 본질적으로 나의 열등감을 해소해 주거나 자존감을 높여 주지 않습니다. 비싼 물건을 구매한다고 해서 실제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하며,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목적으로 명품을 구매하기 시작했지만, 일정 기간 이상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쾌락중추가 반복적이고 강하게 자극되면서 중독의 메커니즘도 작동될 수 있습니다. 명품 중독이 진행된 경우는 과시욕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중독 문제 자체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의 질환이 있다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으므로 다른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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