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기원전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베체트병의 증상들을 기술한 바 있으며, 1937년 터키 출신의 피부과 교수인 베체트가 처음으로 이 증상들을 하나의 질환으로 묶어 발표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따라 오늘의 베체트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베체트 교수는 베체트병을 만성, 재발성, 원발성, 전신 다발성 질환으로서 구강 궤양, 외음부 궤양, 전방 농축성 홍채염의 3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복합적 증후군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2. 증상

임상 증상은 크게 네가지 주증상과 다양한 부증상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증상은 구강 궤양, 외음부 궤양, 피부 증상, 눈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부증상으로는 관절 증상, 소화기계 증상, 심혈관계 증상, 중추신경계 증상, 호흡기계 증상 및 비뇨기계 증상들이 포함됩니다. 부증상은 주증상에 비하여 발생 빈도는 높지 않으나 발생시 치명적인 전신 증상들을 보일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1. 구강 궤양
   환자의 약 80% 이상에서 최초로 나타나는 이 병의 주증상이며, 또한 90% 이상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진단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강 궤양은 환자마다 그 증세가 매우 다양하여 피곤할 때만 한두 군데 허는 정도에서 1년 내내 쉴틈 없이 입이 헐어 있는 상태까지 있습니다.
   허는 부위는 그 크기나 수, 발생 부위도 매우 다양하여 쌀알만한 크기에서 동전만한 크기까지 나타나며, 혀, 잇몸, 점막, 입천장, 편도선, 인후부 등에 산재하여 발생하며 심한 경우는 식도까지 침범하기도 합니다.
   혀 끝에 궤양이 반복되어 나타날 경우 혀의 둘레가 변형되어 톱날 형태를 보일 수 있습니다. 환자는 구강 궤양이 크거나, 그 수가 많을 경우 심한 통증과 장기간 식사를 제대로 못하여 영양 섭취의 장애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최근 베체트병 진단의 국제 기준에 따르면 구강 궤양의 재발 횟수는 12개월 중 최소한 3회 이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2. 외음부궤양
   베체트병의 첫 증상으로 외음부 궤양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병의 진행과 함께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주증상입니다.
   남성의 경우는 성기뿐만 아니라 음낭 부위에도 허는 증상이 나타나며, 부고환염, 고환염, 음경 정맥의 혈전증 등이 함께 발병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는 외음부뿐만 아니라 질 내에도 크고 작은 궤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강 궤양에 비하여 재발은 드문 편이나, 궤양이 깊고 큰 경우가 많아 반흔을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는 보행시 마찰에 의해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피부 증상
   구강 궤양, 외음부 궤양과 함께 빈번히 나타나는 주증상 중의 하나로 그 양상이 대단히 다양한 것이 특징입니다.
   피부가 잘 곪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다리에 만지면 통증을 동반하는 여러 개의 붉은 반점으로 나타나는 결절 홍반 피부병변이 흔히 관찰됩니다.
   이 외에도 구진 농포성 발진, 여드름 모양의 발진, 모낭염 모양의 발진, 다형홍반모양의 병변, 혈전성 정맥염, 피부 궤양, 스위트 증후군모양의 병변, 호저성 농피증, 수포성 회사성 혈관염 및 두드러기 등의 피부 증상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4. 눈의 증상
   베체트병의 흔한 주증상으로 반복되는 염증으로 인한 포도막염, 홍채염 및 망막혈관 침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호전과 악화의 과정을 보이면서 시력 감퇴 혹은 실명을 초래하게 됩니다.
   눈의 증상은 대개 양측성으로 오며 실명은 눈의 증상이 있은 후 평균 4~5년 내에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관절 증상
   베체트병에서 가장 흔히 알려진 부증상의 하나로, 보고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환자들의 약 절반 이상에서 활막염(주:활막은 관절내부를 싸고 있는 막을 말함), 관절염 혹은 관절통의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관절이 심하게 망가지는 변형은 보이지 않으며, 다발성으로 침범하는 경향을 보이며, 가장 흔히 침범되는 관절은 무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 소화기계 증상
   베체트병이 소화기 계통을 침범하면 메스꺼움, 구토, 복통, 복부 팽만, 설사 등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흔히 침범되는 부위가 회장 말단부, 회맹부, 맹장 부위로 충수 돌기염과의 감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7. 심혈관계 증상
   혈관염은 베체트병의 중요한 병리소견으로 환자의 7~29%에서 보고되며, 남자에게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관병변은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동맥 및 정맥폐쇄, 동맥류, 정맥류로 나눌 수 있으며, 정맥 폐쇄의 위치는 발생이 높은 순으로 보면 상대 정맥, 하대 정맥, 심부대퇴 정맥, 및 쇄골하 정맥순입니다. 표재성 혈전염까지 포함한다면 베체트병의 정맥 침범 빈도는 동맥 침범보다 높은 편입니다.

8. 중추신경계 증상
   신경계 침범 증상의 빈도는 보고자에 따라 다양하며, 대략 베체트병 발병 5년 내에 흔히 나타납니다. 임상적으로는 뇌간 증후군, 수막척수염 증후군 및 기질착란 증후군의 세가지 형태로 구별되나, 이상의 세가지 유형들이 다양한 형태로 혼합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세는 심한 두통이며, 보행 장애, 구음 장애(주:발음이 어둔한 것), 현기증 및 복시(주:물체가 둘로 보이는 현상) 등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원인,병태 생리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도 많은 가능성들만 제시되었을 뿐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중 환경 오염 및 중금속 중독설, 바이러스 감염설, 박테리아 감염설, 자가면역 기전설, 면역학적 이상 및 유전적 측면 등이 가능한 원인들로 활발히 연구되고, 그 의의가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단일 원인보다는 복합적 요인들이 관여될 것으로 여겨지며, 유발 요인과 개체의 면역 및 유전적 측면이 복합되어 베체트병 유발에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진단

베체트병의 진단은 아직까지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어 환자의 임상 양상을 세밀히 관찰하고 과거력을 포함한 병력을 충분히 파악하여 이미 알려진 국제적 진단 기준에 따라 정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을 포함한 해당되는 각과 전문의가 함께 관찰하고 포괄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특수클리닉 수준의 진료가 필요하며, 임상 증상 이외에 각종 검사를 통하여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팔 내측에 생리식염수를 피내 주입하고 48시간 후에 농포 형성을 관찰하는 자극성 항진 검사(Pathergy test)는 반응이 나타나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베체트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극성 항진검사 양성률은 중동 지역의 국가들은 80~90% 이상으로 높은 편이나, 일본,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50% 이하로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용가능한 진단기준법으로 다음의 두 진단기준을 들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두가지 기준 모두를 적절히 병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1. 1987년 일본의 베체트병 연구위원회가 보완한 베체트병 진단 기준

• 주증상 : 구강궤양, 외음부 궤양, 피부 증상, 눈의 증상
• 부증상 : 관절 증상, 소화기계 증상, 부고환염, 심혈관계 증상, 중추신경계 증상
• 진단 :
  A. 완전형-주증상 4
  
  B. 불완전형
  

  I. 주증상 3
  II. 주증상 2 + 부증상 2
  III. 눈의 증상 + 다른 주증상 1
  IV. 눈의 증상 + 부증상 2
  

  C. 용의형-주증상 2

• 외음부 궤양
• 눈의 증상
• 피부 증상
• 자극성 항진 검사 양성

5. 경과,예후

베체트병의 경과는 매우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만성, 재발성 경과를 보이며 장기간 호전과 악화를 반복합니다. 문헌 보고에 따르면 사망률은 3~4%에 이르며 안구 침범, 중추신경계 침범, 심혈관계 침범 및 소화기 천공 시 예후가 나쁩니다.

6. 합병증

베체트병의 전신 침범 증상이 진행될 경우 다양한 형태의 합병증 발생이 가능합니다. 가능한 합병증으로는 위장관 출혈, 장천공, 누관 형성(주:장기간에 서로 뚫려 통로가 생기는 것), 상대 정맥 및 하대 정맥 증후군, 대동맥 역류, 대뇌혈관질환, 패혈증, 폐농양, 및 대퇴부의 무혈성 괴사 등이 있습니다.

7. 치료

베체트병의 치료제로 여러 약제가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베체트병의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치료가 어려움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베체트병의 단일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단일 약제의 투여보다는 약제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환자자신의 면역성을 높여 나가는 복합 투여 방식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피하며 단순한 구내염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도 다른 베체트병 증상의 유무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기 진단 및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실명, 중추신경계 침범, 위장관 침범 및 심혈관계 침범 등 심각한 후유증의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길이 현점에서 베체트병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구강 궤양의 국소 치료로는 스테로이드젤(steroid gel), 오라베이스(orabase)의 케날로그(kenaleg) 패치(patch),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용액 양추질, 혹은 국소 통증 완화 목적의 물약, 젤 등이 사용됩니다.
구강 궤양이 너무 크고, 다발성으로 나타날 경우는 장기간 음식 섭취가 어렵고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어 일정 기간 입원하여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베체트병에 어느 정도 약효가 인정되어 쓰이는 약들로는 콜키신(colchicine),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클로암부실(chlorambucil),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답손(dapsone), 레바미솔(levamisole),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및 스테로이드제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증상이 심할 경우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살리도마이드(thalidomide), 알파인터페론(interferon α), 감마인터페론(interferon γ), 아사이클로비르(acyclovir), 스테로이드 혹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충격요법(pulse therapy), 혹은 에프케이(FK) 506 등이 시도된 바 있습니다. 이들 약 중에는 과거 기형아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었던 살리도마이드, 중추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FK 506 등 사용 시 상당히 주의를 요하는 약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화기계 침범 환자에게는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사용이 효과적이며, 근골격계 침범증상이 있는 경우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장천공, 누관 형성, 동맥류 형성, 혈관 폐색, 혹은 심장침범 등의 경우에는 때에 따라 외과적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 되는 경우가 있어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수술을 해도 수술 부위가 잘 아물지 않거나 염증 등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수술 후 회복까지 충분한 치료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8. 예방법

베체트병의 악화 요인 중 긴장과 과로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긴장을 줄이며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2년간 직장을 벗어나 심신 안정 및 요양 하는 것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술, 담배, 자극적인 음식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9. 이럴땐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 혓바늘과 같은 구내염이 이유 없이 반복될 경우
• 침을 맞거나 가시에 찔린 부위가 쉽게 아물지 않고 곪는 현상을 보일 때
• 외음부에 입이 허는 것처럼 허는 현상이 나타날 때
• 피부에 뾰루지 형태의 염증이 잘 생길 때
• 하지에 다치지도 않았는데 멍든 부위가 많이 나타날 때
• 혓바늘과 함께 눈에 통증이 있거나 흐리게 보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