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아토피(atopy)'란 용어는 '부적당한' 또는 '특이한'의 의미로 선천적으로 음식물이나 흡입성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 알레르기성 진행이 나타나는 경향을 일컬었으나, 최근에 이런 모든 현상이 알레르기 기전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레르기'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환자 자신이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다른 아토피 질환이나, 가족 중에 아토피 질환이 있는 유아나 소아에서 발생하여 성인에 이르기까지 재발되는 심한 가려움증과 독특한 피부 병변의 분포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습진성 피부염을 말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아 습진, 소아 습진, 아토피 습진, 알레르기 습진, 태열, 베스니어 소양진, 전신성 신경 피부염, 파종성 신경 피부염 등의 다양한 동의어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2. 증상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중요한 피부 증상은 가려움증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 증상의 진행 상태에 따라 급성, 아급성 혹은 만성 피부 병변으로 나타납니다. 급성기에는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작은 뾰루지 모양의 발진이나 작은 물집 모양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세균감염으로 인해 곪기도 합니다.
아급성기에는 각질이 일어나는 작은 발진이나 넓은 판 형태의 피부 병변을 나타내고, 만성기에는 가려움 때문에 반복적으로 긁고 문지름으로 인해서 피부가 두꺼워지고 피부 주름이 선명해지는 태선화(lichenification) 병변을 보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피부 병변 발생 부위는 환자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어 생후 2개월부터 2년 사이의 유아기, 2세에서 10세 사이의 소아기, 사춘기 및 성인기 등으로 나눕니다. 유아기에는 주로 머리와 얼굴, 또 팔, 다리의 바깥 부위에 피부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갓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딱지 앉으며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 증상이 주로 귀 주변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2세가 지나면 피부가 겹치는 부위에 피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나 5세 때까지는 얼굴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2세~4세 사이에는 주로 허벅지 뒷부분이나 엉덩이, 가슴, 배 등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소아기에는 입술이 건조하여 갈라지고, 각질이 일어나는 구순염이 자주 발생합니다.
소아기 후반부터 사춘기 및 성인이 되면, 피부 병변이 주로 목, 팔의 안쪽 겹치는 부위, 다리의 뒤쪽 겹치는 부위, 팔목, 발목 등의 피부가 겹치는 부위에 발생합니다. 그러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는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는 앞서 기술한 주 습진성 병변 외에도 특징적인 여러 피부 질환이나 증상이 매우 자주 동반됩니다. 피부건조증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50% 이상에서 관찰되며, 피부가 거칠어 각질이 일어나며 닭살이라 부르는 미세한 발진의 피부 병변을 보입니다.
이러한 피부 건조증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수분 함량의 감소, 수분 증발의 증가 등 때문에 발생합니다. 어린선, 모공 각화증 등도 흔히 동반됩니다.
그 외 뺨, 팔, 어깨 등에 발생하는 마른버짐이나, 목 주위에 그물모양의 갈색의 과색소증도 아토피 피부염에서 흔히 동반되는 피부 증상입니다. 눈꺼풀에 건조증 및 심한 태선화로 눈꺼풀이 밖으로 뒤집어지는 안검 외번증, 양측 눈꺼풀 밑에 1~2줄의 Dennie- Moragan선이라는 피부주름이 흔히 발생하며, 눈 주위가 거무스레하게 착색되기도 합니다. 또한 손, 발에 습진이 흔히 발생하는데, 주로 소아기 때 시작합니다.

3. 원인,병태 생리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 및 발병기전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유전적 소인은 있으나 아직 이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대부분은 면역글로불린 E와 연관된 면역기전에 의해 발생되는데 특정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에 대한 즉시형 면역 반응(immediate hypersensitivity)보다는 면역 세포 중 T세포의 이상에 의한 지연형 면역 반응(delayed hypersensitivity)이 관여한다는 학설이 유력합니다.
과거 T세포 성숙 결핍설, CD8+ 억제 T세포의 수적 감소 등이 보고된 바 있었으나 최근엔 보조 CD4+ T세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말초혈액 및 피부 병변으로부터 분리한 T세포들에서 IL-4 등의 Th2 '사이토카인'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각종 사이토카인은 혈관 내피세포를 활성화하여 여러 세포유착분자의 발현을 유도하거나 증가시켜 기억 T림프구의 복귀를 촉진시킴으로써 습진성 병변이 유발하게 됩니다.
환경 중에 있는 알레르겐은 일부의 환자에서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지만, 이러한 알레르겐과 상관성이 있는 빈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에서 알레르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알레르겐은 공중 알레르겐과 음식 알레르겐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주된 피부 증상은 습진성 병변으로, 피부단자, 검사상 나타나는 홍반과 두드러기가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 피부검사 결과만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상관성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집먼지 진드기에 노출된 양과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 빈도간에 상관성이 보고 되었고, 환경 회피요법이나 면역 치료 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합니다. 또한 유발시험에서 기존 병변의 악화 혹은 새로운 습진병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4. 진단

아토피 피부염의 진단은 특징적인 임상 양상에 의존하여 내려집니다. 주로 Hanifin과 Rajka에 의한 진단기준이 이용됩니다. 즉, 가려움증, 특징적인 피부 병변의 분포, 만성 재발성 피부염, 아토피 질환의 가족력이나 과거력 등의 주증상과 피부건조증, 손발의 피부염, 어린선, 닭살, 마른 버짐, 유두 습진, 백색 피부 묘기증, 백내장, 혈청내 면역글로블린 E항체 증가,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양성, 피부증상의 시작 연령이 어릴 때 Dennie-Morgan선, 눈 주위 색소 침착, 안면 홍조, 환경 혹은 정서적 긴장 등에 의해 영향 받은 피부증상 등의 부증상 등이 있을 때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럽 쪽에서의 진단 기준은 이 기준을 다소 변형하여,반드시 있어야 할 가려움 증과 함께, 2세 이전에 발병, 피부가 겹치는 부위에 피부 증상 발병, 피부 건조증, 아토피의 개인 과거력, 뺨이나 피부 주름 부위에 피부 병변이 발생하는 것 중 3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합니다.

5. 경과,예후

아토피 피부염의 최초 발병연령은 약 75% 환자에서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하며, 5세 이전에 80~90%의 환자가 발생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고나 예후에 대해서는 보고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소아기 때 호전되며, 사춘기 때 다소 악화되었다가, 대부분 30세경에 자연 치유됩니다. 대체적으로 사춘기(13세 이전) 전에 약 반수에서 자연 치유됩니다. 치유정도의 % 연구보고로는 10세~20세 이내에 40~60%, 5~20세 이내에 84%, 10세 때 50% 등 다양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예후 예측인자는 뚜렷이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부모가 모두 환자일 때, 영아기 때 증상이 심했거나, 아토피의 가족력이 있을 때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6. 합병증

백내장, 초자체 혼탁, 망막 박리증 등의 심각한 눈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세균 감염, 특히 포도상 구균에 의한 세균 감염으로 인해 피부에 고름이 잡히는 절종, 모낭염 등이 흔히 발생하며, 세균 감염 자체가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에 사마귀, 물사마귀, 헤르페스 등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며, 감염 시 정상 사람에 비해 매우 심한 증상을 보입니다. 무좀균, 어루러기균과 같은 곰팡이에도 쉽게 감염되고 만성 경과를 보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민감하고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공격적이며, 우울증이 자주 생기며 때로는 성장 발육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7. 치료

아토피 피부염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각종 자극에 의해 쉽게 피부염이 유발되고, 만성적으로 건조하며 가려움증이 심하고, 반복적으로 재발되는 이 질병의 자연적인 경과를 이해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1~2주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악화되며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결국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 색소 변화, 홍피증 등의 아급성, 만성 병변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환자마다 주변 환경 및 생활 습관에서 악화 요인을 찾아내어 이를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피부에 수분이 충분하도록 유지시켜 주고, 가려움증과 염증을 줄여 주는 원칙에 따라 치료해야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의한 피부 감염증이 흔히 일어납니다. 이러한 감염증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러스 감염의 일종인 단순포진(Herpes simplex) 감염증에서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치료할 필요가 없으나, 영아나 면역성이 저하된 환자에게 발생했을 때에는 항바이러스 약물의 주사 혹은 경구 투여 등의 전신 치료가 필요합니다. 만성 무좀 발생시 항진균제의 국소도포 및 전신 투여를 시도하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려움증은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증상이긴 하나, 아직 만족할 만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입니다. 항히스타민제가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큰 효과는 없습니다. 항히스타민제 중에서는 진정수면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들이 보다 효과적이며,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높습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국소 도포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방법입니다. 대개 촉촉한 피부에 투과성이 높기 때문에 목욕 후 3분 이내에 도포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경증의 아토피 피부염에는 1% 하이드로코티존(hydrocortisone) 크림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증상의 경중도에 따라 차츰 강도가 높은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 환자 치료의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강도 조절과 부작용과의 균형을 맞추느냐에 있습니다. 연고는 겨울철에 사용하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크림제가 바람직합니다.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복용약이나 주사제는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만성적 피부 질환의 치료에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한시적으로 단기간 사용할 수 있으나 항상 심각한 부작용 및 후유증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필수 지방산과의 관련성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 특히 소아 환자에서 혈중 필수 지방산치가 저하되고 혈장 인지질의 지방산 조성에 변동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달맞이꽃에서 추출하여 약제로 개발된 감마 리놀렌산(gamm linolenic acid)을 보조 치료제로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치료 방법에 호전을 보이지 않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조절 요법으로 사이크로스포린(cyclosporine),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 gamma), 사이모펜틴(thymopentin)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이러한 치료제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지시 없이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외의 원인 알레르겐을 이용한 면역치료인 탈감작요법, 자외선 치료법 등이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 이용됩니다.

8. 예방법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는 자극 물질에 대한 노출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줄여야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의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자극 물질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를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따라서 모직물, 거친 옷, 잦은 세수 및 습한 작업 환경, 비누, 용매제, 세제 등의 화학 물질에의 노출, 나일론 같은 밀폐된 의복, 먼지, 더러운 것, 인쇄된 신문용지, 플라스틱 매트리스, 베개 덮게, 목욕 시 심하게 문지르는 행위 같은 자극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탁 후 비누나 세제가 의복에 남아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잘 헹구어서 세탁해야 합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탈지 효과가 적은 중성 산도의 비누나 비누 성분이 없는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대부분 손에 습진이 동반되기 때문에 용매제, 세제, 비누 등에 노출되거나,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 직업이나 취미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에서 발한(땀)이나 오한은 모두 가려움증을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과도한 운동, 뜨거운 환경 등 땀이 나는 조건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 두려움 등 정서적 장애가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대화로 정서적 장애를 발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외에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거나, 꽉 끼지 않는 순면으로 된 의복을 입도록 하는 것이 가려움증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목욕은 보습제 및 국소 도포용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효과를 높여 주며, 진물이 흐르는 급성 피부염의 관리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목욕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목욕 방법 및 목욕 후 처리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즉, 피부의 수분을 유지시켜 주는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는 단순한 목욕은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악화 요인이 되어 가능한 횟수를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목욕 후 3분 이내에 바셀린과 같은 효율적인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 각질층으로부터 기화를 방지하여 피부의 수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목욕 후 즉시 적절한 보습제 도포를 시행하면 피부 건조를 호전 시켜 줍니다. 또한 목욕 자체는 국소 도포용 부신피질 호르몬제의 피부 투과를 10배 이상 증가시키기 때문에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알레르겐에는 가급적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증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